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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白과 黑 사이에서 

젠포우지 이사쿠 - 현무

淸緣 _ 청연 @iridescent0209_

• 젠포우지 이사쿠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는 단순 모브캐입니다.

• 대략적으로 전쟁 등 고어, 유혈 묘사가 짧게 나옵니다.

• 추천 BGM 링크가 있으니, 같이 재생하면서 읽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BGM : https://youtu.be/bMwLJHWP1UE

 

 

 

 

 

 

 

 

騒がしい日々に笑えない君に

소란스러운 나날들에 웃지 않는 너에게

 

思い付く限り眩しい明日を

떠올릴 수 있는 한 눈부신 내일을

 

明けない夜に落ちてゆく前に

밝지 않는 밤으로 떨어져 가기 전에

 

僕の手を掴んでほら

나의 손을 잡아, 어서

 

 

| < 밤을 달리다 > 중 |

 

 

 

 

 

 

 

 

 

 

감정은 불완전하다. 이는 장점이라기보다 오히려 모든 생명체의 단점에 더 가깝다. 그 느낌이라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감정을 중요시하는 인간들은 그것으로 인해 자신들이 얼마나 교만에 빠지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이율을 배반하게 되는지 잘 모른다. 그것을 아는 인간들조차도 감정만큼은 버리기 어려워한다. 제 부모가 감정으로 자신들을 키워서? 주변인들에게서 손쉽게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현무는 공감할 수 없었다. 물론 이해하긴 했다. 그 사전적 의미와 도출되는 행동의 값만을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근히 찾아오는 인간들에게 맞장구를 쳐 주는 것이야 힘들지 않았다. 그들을 만나는 것의 낙은 그들과 지혜를 공유하는 데에 있었으니까. 누구보다 지혜와 지식을 갈망하는 자들을, 그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대부분은 극한의 상황에 몰린 자들, 즉 죽음에 가까운 자들이었고, 현무는 항상 그들을 치유해 주었다.

 

가끔씩은 그들의 미래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회청빛의 먹구름만 가득한 자, 빗물로 공간이 가득해질 것만 같이 비가 쏟아지는 자부터, 무수한 별이 제각기 다른 빛을 내고 밝은 해가 주인공마냥 비춰주는 자까지. 어찌되었든 그는 이따금 손님을 초대하는 소소한 재미를 누리곤 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바라지 않은 채, 무료하다면 무료할 영겁의 시간은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 손님이 오시네. ``

 

 

 

갈래갈래 찢긴 파도마냥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부스스한 머리칼을 정리하며, 그는 천천히 제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문지방을 밟았다. 둔탁한 소리가 희멀건 공간에 울려퍼지며, 이윽고 누군가의 형상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역시나 피투성이인 인간이었다. 그 사람의 주변에 검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원념이었다.

 

 

 

`` 윽, 으.. ``

 

 

 

금세 방 안으로 옮겨진 부상자의 몸에 약초와 붕대를 가져다 치료하기 시작했다. 물론 제 권능으로 치료하는 것이 훨씬 편할 터였지만 인간에게는 이가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졌기에 겉모습이라도 인간들의 치료법을 따랐다. 어느새 또 물들어 가는 흰 천을 몇 번이고 갈며, 통 안에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던 진한 녹빛의 나뭇잎을 한 줌 꺼냈다.

그의 원념이 손끝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그 원념을 다스리듯 현무는 조곤조곤 말을 건네며 쓸어주었다. 일단 안정이 되어야 치료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 아, 일어났나요? ``

 

 

고요한 목소리가 아직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은 남성의 머릿속을 울렸다.

 

 

 

• • •

 

 

 

`` 잠시 담소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알고 계실 것 같았습니다. ``

 

 

현무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단도직입적이었다.

 

 

 

``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애정입니다. ``

 

`` 애정이라 함은? ``

 

`` 우정, 연정. 그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

 

 

 

제 얼굴이 흐릿하게 비치는 녹차 잔 안을 보다가 한 모금 목에 넘기며, 남성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 아마도, 제가 이해를 돕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애정이라는 것은 말로써 단순히 설명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가족이나 친우, 혹은 연인을 향한 한없는 감정이라고 하는 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공감하는 것이 어려웠지요. ``

 

 

 

잔이 반 정도 비었다. 바깥의 은하수에서 별이 하나 깜빡거렸다.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별의 폭포가 바깥에서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 현무께서는 가족이나 친우가 있으십니까? ``

 

`` 아니요, 동업자의 선에 머무르는 자들은 있습니다만... ``

 

`` 가족이나 친우가 있어야 이해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들어지기는 어렵지만 부서지기는 쉬운 감정이라 할까요. 그토록 통제가 어렵고 불완전한 감정이라, 무한한 지혜를 가지신 현무께서 얻지 않게 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됩니다만.. ``

 

 

중년의 남성과 평화롭게 나누는 담소는 즐겁기 그지없었다. 얕지만 또 깊게, 두껍지만 또 얇게 파고들어가는 대화는 당연히 현무가 공감하지 못한 유일한 감정, '애정' 이라는 주제로 흘렀다. 남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 불완전함 때문에 애정에 관한 지식이 현무에게서 배제된 것이 아닐까, 라며 의견을 내놓았다. 태초에 얻은 지식에 대해 고작 50년 남짓한 시간을 산 인간과 이야기하는 것도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었지만, 이 또한 현무에게는 더없는 즐거움이었으리라. 담소가 끝나가는 기미를 보이자, 현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녹차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잔에 가득 채웠다.

 

 

 

`` 돌아가면, 무엇을 하실 겁니까? ``

 

`` 아아, 아내하고 딸이 무사한지 찾으러 가야겠지요. 혹시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

 

`` 전쟁이 이제 막 끝난 것 같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가실 수 있겠군요. ``

 

`` 예. ``

 

 

 

남성은 잠시 주저하는 것 같더니, 녹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곤 감사 인사를 했다.

 

 

 

`` 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지혜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

 

 

 

현무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인삿말을 나누었다.

 

 

 

`` 그렇다면 안녕히. ``

 

`` ...예. ``

 

 

 

대답과 동시에, 남성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현무는 모든 지혜를 갖고 있었고, 그랬기에 더욱 채우지 못한 빈 공간의 결점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인륜과 도덕에 빠짐없이 채워넣는 그 내용이 너무나 알고 싶었다.

 

 

아직 녹차가 많이 남은 상대의 잔과, 반 정도가 줄어든 자신의 잔을 응시하던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심을 굳힌 모습이었다.

 

 

`` 인간계로. ``

 

 

현무의 모습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 • •

 

 

 

 

그는 확실히, 이방인은 아니었다. 수천 년이라는, 짧지만 어쩌면 긴 그 시간 동안 관찰한 게 바로 인간들의 모습이었는데 모르는 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섞인 그는, 자신이 찰나라 여겼던 수 년의 세월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어찌 보면 오만하겠지만, 그는 시간에 귀속되지 않았기에 끝이 정해진 자들만이 느끼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가 정한 이름은, 젠포우지 이사쿠. 연갈빛 머리칼과 눈동자로 평범한 인간의 역을 맡기로 했다. 원래 다른 세계에 현신할 때에는 누군가의 운명을 대신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규율이었지만, 타인의 운명을 뺏는 행동인 데다 인간들과 적지만 꾸준히 접촉해 왔던 그였으니 순순히 응할 리가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이 엮인 실 사이에 열댓 개 쯤은 저 자신이 건드려도 될 터였다.

 

 

 

 

정확한 명칭은 없었지만, 다른 세계에 가는 행동은 흔히 유희라고 불렸다. 이는 언제나 운명의 제재 아래에서 행해졌고 유희가 끝나면 사용된 인간은 흔적도 없이 바스러져 없어지는 것이었다. 그들조차도 운명이라는 거대한 바퀴 아래에서는 항상 눈치를 봐야 했던 것이다.

 

그가 유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불행하게도 전국이 전쟁의 혼란 속에 빠져 있을 때였다. 당연히 저 자신이 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굳게 믿었고, 상처를 입거나 전쟁에 의해 피해를 보는 일은 더더욱 있을 리가 없었다. 단지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원하던 것이 쉽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애정은 평화시에나 보일 만한 것이었으니까.

 

그가 인간의 신체를 만들어 인간계에 현신했을 때, 주변에 보인 것은 처참한 죽음의 현장이었다. 벌레와 날짐승을 제외하면 살아있는 것은 보기가 힘들었고 사람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핏줄기가 강이 되어 흐르고 시체가 산처럼 쌓인 곳에, 반딧불이처럼 희미하게 생명이 깜빡거렸다. 누군가는 모르고서, 누군가는 알고서 지나갔을, 곧 꺼져버릴 불빛.

 

그것에 손을 내민 것이 화근이었다.

 

현무는 천천히 변해갔다. 주변에서 끊이지 않는 함성과 비명, 그리고 흙조차 물들이는 피의 바다. 그럼에도 물들지 않는 순백처럼 그는 주변을 다시 하얗게 만들어 나갔다. 어느새 현무는 수백 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

 

`` 그러니, 아직 숨이 붙은 자라도 살리는 거에요. ``

 

 

 

그의 손끝에 죽음은 무력하게 바스러졌다.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버티기 위해 호신 목적의 단검 정도만 가지고 다녔다. 그는 타인에게 절대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었다. 두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광경 사이를 걸어다니며 끊어지지 않은 명(命)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누군가는 전쟁의 망령, 누군가는 자신들을 가엾이 여긴 신선, 누군가는 가족을 잃은 의사라고 하며 고통에 의해 덧입혀진 환각을 떠들어대곤 했다. 그냥 흰 승려복을 입은 정도였지만 죽음이 눈앞을 지나간 사람에게 정상적으로 보였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소문이 정체불명의 사람을 향한 칭송임에는 분명했다. 문제는, 언제나 그를 묶는 족쇄, 운명이었다.

 

주작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역시나, 비틀리는 운명에 대한 따분한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였다.

 

 

 

`` 이들을 살리는 것이, 운명에 어긋난다, 라는 겁니까. ``

 

`` 예. ``

 

`` 죽어감에도 살릴 수 있는 자를 앞에 두고? ``

 

`` 저희의 역할은 톱니바퀴가 빠지지 않게 지켜보는 것이지, 그 안에 일일이 개입해 사사로운 감정을 만드는 게 아니잖습니까. ``

 

`` ...진짜 선은 넘지 않도록 조심하죠. 지금은 경고 정도, 아닙니까. ``

 

 

 

현무는 더 이상 주작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돌아섰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청년의 모습에 주작은 한숨을 쉬곤 사라져 제 영역으로 돌아갔다. 현무 자신도, 주작에게 핀잔을 들을 만큼 제 위치에 맞지 않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 분명히 동업자, 그 정도라 칭할... 얼굴이 잊혀져갈 즈음 형식적으로 만남을 가지는. 동업자라 하기에도 애매한 청룡, 주작, 그리고 백호. 새삼 그가 붙잡고 있었던, 진짜로 여겼던 그 관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 멈출 수는 없어. 살려야 할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

 

 

 

미래. 하얗게 빛나는 동공으로, 미래를 둘러본 그는 한숨을 쉬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하늘로 올라갈 터였다. 하나라도, 단 하나라도 하늘에 닿기 전 다시 끌어내릴 순 없을까. 올라가야 할 운명이라면 작별 인사라도 하게 해줄 순 없을까. 심지어 언젠가부터는 베일에 싸인 천사이기를 포기한 채 제 이름만을 남기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치료해준 수백 명한테, 운명에 없던 이름이 기억 속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경솔한 적선. 그렇게 여겼는데.

 

 

 

 

 

 

 

 

 

결국, 문제가 터졌다.

 

 

 

 

전쟁의 결과가 달라지고야 만 것이다.

 

 

 

 

수백, 어쩌면 수천만에게 거대한 변화를 불러와 버린 그는 즉시 천계로 강제 송환되었다. 이미 와 있던 나머지 셋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현무도 예외는 아니었고,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했다. 말 그대로 유희로 끝날 줄 알았던 행동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 상황 앞에서 전지전능할 것만 같았던 사(四)신들은 인간만큼이나 무력했다.

 

 

 

`` 도대체 무너진 운명을 어떻게 복구할 겁니까? ``

 

`` 무슨 생각으로 경솔하게 그 세계에.. ``

 

`` 평소에도 미물들과 어울리면서 현자 노릇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 경솔함까지 물들어버린 건가요? ``

 

 

 

그들의 말투는 냉랭하고 무정했다. 한때 붙잡고 있던 유일한 관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하지만 이것으로 타박할 수 있는 오로지 본인 뿐이었다. 이는 엄연한 중죄였기 때문이다.

 

인간계 전체를 회복시키는데 들어갈 시간과 노력은 엄청날 것이다. 인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틀에서 빠져나와 제멋대로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굴려갈 때 그들이 모르도록 천천히 다시 틀 안에 안착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발에 채일 정도로 작고 많은 인간들이 일말의 이상함조차 느끼지 못하도록 조절해야 하는 것, 수천 개의 톱니 하나하나를 맞는 곳에 끼워 맞추면서 세세한 변화를 막는 것.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신이 없었기에 합의를 통해 벌을 정해야 했다. 그동안 현무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 근신 처분을 받았다.

 

 

 

 

 

 

 

 

`` 금기시되는 행동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아서. ``

 

`` 물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섞여가서, ``

 

``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되어 버렸어. ``

 

 

 

제 영역에 돌아온 현무는 양손으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얼굴을 파묻었다. 둥그렇게 몸을 말은 그 모습은 제 나름대로 딱딱한 껍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껍질 사이로 흘러나오는 눈물과 소리에 공기마저도 숨죽여 주변을 맴돌았다. 감히 단어 하나로 지칭할 수 없는 감정이 넘칠 듯 가득 담겨선 서서히 새어나왔다. 제 머릿속 공백을 글자로라도 채웠을 평소와 달리, 새까맣게 타 버린 그 독백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고 공백조차 담기지 못했다.

 

 

 

`` 이럴 거면, 이렇게 될 거였으면. 인간 따위는, ``

 

`` 만나지 않았을 텐데... ``

 

 

 

후회가 담긴 염원, 그 염원을 나무라는 또 다른 염원. 반복되는 갈등과 선택하지 못한 채 생각에 빠져 자각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

 

그렇지만 알고 있었다, 이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을 도울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애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만나지 않았었기를 바란다는 것도, 빈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든다는 것은 어쩌면, 백이 흑에 물들어 더럽혀지고 현혹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속아넘어가 제 명을 재촉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현혹되면 안 된다는 말을 했는가, 애초에 상대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만드는 '현혹' 이라는 단어를 그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 어쩌면 백은 저 자신이 아닌,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돌아가기로 한다면, 그는 이제 더 이상 운명의 위에 서 있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울러 볼 수도 없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제 영역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었다. 무한한 지혜도 사라지고 불사의 신체도 사라진다. 평범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돌아가는 그 순간부터, 운명은 새로이 짜여 굴러가게 된다. 자신을 포함한 이야기가 쓰인다.

 

그 운명 아래에서 꼭두각시처럼 살더라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미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거대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찾던 애정은 다름 아닌 그곳에 있었기에.

 

 

 

`` 돌아가자. ``

 

 

 

 

 

 

 

 

 

 

 

 

闇夜に踊る星屑の雨

밤하늘에서 뛰노는 무수한 별들의 빗방울

 

小天体にあぶれた涙

자그마한 천체에 거절당한 눈물

 

オールトの雲間でかくれんぼ

알 수 없는 행성들의 구름까지 숨바꼭질

 

まださみしいから

아직 외로우니까

 

| < 수채 은하의 크로니클 >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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